나폴레옹의 어머니, 레티치아 황태후의 신분에 비해서는 놀랄 만큼 소박한 저택과 

그에 걸맞는 소박한 삶은 종종 우스꽝스러운 해프닝을 낳기도 했다.

 

 

1810년 어느 날 저녁의 일이었다. 

레티치아는 이제는 무려 스페인 왕비가 된 맏며느리, 쥘리의 저택에 저녁식사를 하러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2층 살롱으로 한 도지사(préfet)가 불쑥 들어오더니, 레티치아 황태후와 그녀의 수행시녀 플뢰리외 부인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고는, 벽난로 쪽에 등을 기대고 유행가를 콧노래로 흥얼거리는 것이었다.

 

 

레티치아와 플뢰리외 부인은 어안이 벙벙해져, 할 말도 잊고 서로를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도지사는 "이런 젠장할, 망할 영감 같으니라고. 대체 그 노인네 시계는 어떻게 돼먹은 거야?" 라고 투덜거리더니

프랑스 제국 황태후에게 다가와 거리낌없이 이렇게 묻는 것이었다.

 

"마담, 각하께서는 곧 돌아오시겠지요?"

 

레티치아는 어쩔 줄 몰라하며 대답했다. "글쎄요. 나는 잘 모르겠는걸요."

 

"아니, 뭐라고요? 당신, 내 말 못 알아들어요?" 도지사는 큰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마담, 대서기장께서 언제 돌아오시는지 물었소!"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플뢰리외 부인이 머리 끝까지 화가 나서 물었다. 

 

"이보세요, 당신 지금 어디에 와 있는지나 아세요?"

 

손님은 벽난로에 기댄 채로 기세등등하게 답하는 것이었다.

 

"내가 어디 있는지 아느냐고요? 그야 대서기장 각하 댁이지요! 그분깨서 날 저녁식사에 초대하셨는데,

약속 시간인 5시 반이 훌쩍 지났는데 그분이 안 계시니 내가 놀라지 않을 수 있겠소?"

 

"당신은 지금 대서기장 댁에 있는 게 아니에요. 여기는 "마담"의 집이라고요."

 

"아니 이런, 제가 실례했군요.

그런데 마담이라...대체 어떤 마담이십니까?" 도지사는 그제야 좀 당황해하며 말했다.

 

"여긴 황태후 마마 저택이라고요. 

이 분은 나폴레옹 폐하의 어머님이시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내가 지금, 영불 해협에서부터 폴란드 니예멘 강까지 사이의

전 유럽 대륙 위에 군림하는 사나이의 엄마에게 큰소리를 쳤다는 것을 깨닫고 사색이 된 도지사는

허겁지겁 황태후 앞에 달려와, 마룻바닥에 이마가 닿을 기세로 굽신거리며 

그야말로 생존본능에서 우러나온 필사의 찬양을 늘어놓았다.

 

"오, 황태후 마마! 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나이다. 이 얼마나 기쁜지!

제가 그토록 은혜를 입고 있는 폐하의 어머님을 이렇게 알현하게 되다니,

제 기쁨을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나이다."

 

그러면서 그는 오트가론의 도지사 데무소라는 자신의 신원을 밝히고,

그가 지금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지 몇 번이고 거듭해서 아첨을 늘어놓았다.

마침 벽시계가 울리며 6시를 알리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레티치아는 웃으면서 말했다.

 

 

 

 

 

"자, 도지사님, 서두르시는 게 좋겠군요.

대서기장님은 5시 반이면 저녁식사를 시작하시는데, 벌써 6시니까요.

게다가 오늘은 며느리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기로 선약이 있어서, 

제가 도지사님께 기왕 오신 김에 같이 저녁이나 드시고 가시라고 말씀드릴 수도 없군요.

그러니 다음에 뵙기로 하지요."

 

 

 

 

- 알랭 드코 저 "나폴레옹의 어머니, 레티치아" 에서